[Trend Curation] 팝업, 이제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

등록일 26-10-07


트렌드 키워드 #팝업스토어 #경험경제 #언드미디어 #오프라인마케팅 #리스크커뮤니케이션


한줄 요약: 팝업은 희소한 경험을 찾는 소비자, 사람이 필요한 공간, 실험이 필요한 브랜드가 만나 하나의 미디어가 됐다. 화제가 커진 만큼 리스크도 함께 커졌다.


인사이트 : 팝업의 성패는 줄의 길이가 아니라, 찾아올 이유와 떠난 뒤 이어질 관계, 생길 수 있는 논란까지 미리 설계했는지에서 갈린다.


“팝업 열풍, 언제까지 갈까요?” 몇 년째 마케터들 사이에서 나오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숫자만 보면 아직 끝날 기미가 없습니다. 2025년 국내에서 문을 연 팝업스토어는 3,371개로 그 전해의 두 배 가까이 됐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2,130개가 열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5% 늘었습니다.


이쯤 되면 반짝 유행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찾아가는 사람이 있고, 열고 싶은 브랜드가 있고, 자리를 내주려는 건물주가 있으니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사이에서 비싸진 임대료나 쌓여 가는 쓰레기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같이 커지고 있습니다.


· 위픽레터·스위트스팟 (2026.02, 팝업 성공 사례로 살펴보는 ‘2026 카테고리별 팝업 트렌드’)

· 벤처스퀘어 (2026.09.16, 팝업 하나가 건물값까지 움직인다?…스위트스팟이 데이터로 본 ‘팝업 경제학’)


1. 소비자: ‘지금, 여기서만’을 찾아간다


같은 물건은 온라인이 더 싸고 빠른데도 주말 성수동에는 줄이 깁니다. 팝업에는 온라인에 없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서울시와 녹색소비자연대가 소비자 1,000명에게 팝업에 가는 이유를 물었더니, ‘평소에는 살 수 없는 한정 상품’(57%)이 가장 많았고 ‘상품을 직접 보고 살 수 있어서’(49%)가 뒤를 이었습니다. 할인(39%)보다 희소성과 직접 경험이 앞선 것입니다. 검색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보여줍니다.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2년 전보다 44% 줄었지만 ‘팝업 일정’ 검색량은 63% 늘었습니다. 기간이 정해진 공간에서 그때만 만날 수 있는 것을 위해, 일정을 확인하고 찾아가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조지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1998년 ‘경험 경제’라는 개념을 내놓으며, 상품과 서비스를 넘어 기억에 남는 경험이 경제적 가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팝업은 여기에 ‘희소성’을 더한 형태입니다. 그래서 팝업의 경쟁 상대는 같은 업계 브랜드만이 아니라 그 주말의 전시, 공연, 맛집입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올 이유가 없다면 좋은 상권에 문을 열어도 사람은 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유가 분명하면 지갑도 열립니다. 소비자들은 지난 1년 동안 평균 3.1곳의 팝업을 찾았고, 한 번 갈 때마다 평균 5만 500원을 썼습니다.


· 머니투데이 (2026.07.08, 서울시·녹색소비자연대 팝업스토어 소비자 인식·현장 조사)

· 벤처스퀘어 (2026.09.16, 팝업 하나가 건물값까지 움직인다?…스위트스팟이 데이터로 본 ‘팝업 경제학’)

· Harvard Business Review (1998, B. Joseph Pine II & James H. Gilmore, 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


2. 공간과 브랜드: 팝업은 매장이 아니라 ‘미디어’가 됐다


팝업이 늘어난 데는 공간을 빌려주는 쪽 사정도 큽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은 물건을 진열하는 것만으로는 사람을 모으기 어려워졌습니다. 2026년 2분기 외국인 관광객과 팝업 수요가 몰리는 성수의 상가 공실률은 4.5%로 서울 6대 가두상권 평균(8.5%)의 절반 수준이지만, 트렌디한 브랜드와 팝업이 빠져나간 신사동 가로수길은 40%를 넘었습니다. 쇼핑몰들도 팝업 전용 공간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용산 아이파크몰은 이런 공간에서 1년에 800여 개의 팝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쪽에서도 팝업은 쓰기 좋은 도구입니다. 정식 매장은 몇 년짜리 임대 계약과 인테리어, 인력이 필요하지만, 팝업은 그 부담을 몇 주로 줄여 줍니다. 그래서 올해 상반기 문을 연 팝업 가운데 약 18%는 이전에 팝업을 열었던 브랜드가 다시 연 것이었고, 운영 기간도 목적에 따라 갈립니다. 전체적으로는 일주일 안쪽의 짧은 팝업이 늘고 있지만, 성수동에서는 한 달 넘게 운영하는 팝업도 작년 상반기 31건에서 올해 58건으로 늘었습니다. 농심은 성수동에서 168일 동안 팝업을 운영하며, 여기서 얻은 소비자 반응을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보면 팝업은 물건을 파는 매장보다 ‘미디어’에 가깝습니다. 방문객이 찍어 올린 사진과 후기는 브랜드가 돈을 들이지 않고 얻는 홍보, 즉 언드 미디어(Earned Media)가 되고, 공간을 가진 쪽은 그 화제성으로 사람을 모읍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팝업이 관심을 새로 만들기보다 이미 있는 관심을 키우는 데 강하다고 평가합니다. 찾는 사람이 있는 브랜드에는 효과적인 증폭 장치가 되지만,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에 손님을 데려다주지는 않습니다. 성수 핵심 상권은 며칠 빌리는 데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드는 만큼, 팝업을 열기 전에 ‘누가 우리를 보러 올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 이투데이 (2026.08.26,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2026년 2분기 서울 리테일 보고서)

· 이코노미스트 (2026.09, 팝업스토어와 상권 공실률·임대료 변화)

· 위픽레터·스위트스팟 (2026.07, 2,130개 팝업스토어 데이터로 본 상반기 팝업스토어 트렌드)

· 피플와이 뉴스레터 (2026.05, 팝업스토어,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


3. 열풍의 그림자: 줄이 길수록 커지는 리스크


줄이 길다고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가장 큰 문제는 치솟는 공간값입니다. 성수동 평당 임차료는 5년 새 세 배가 됐고, 330㎡ 공간의 하루 대관료는 1,000만 원대에 이릅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과정에서 동네의 개성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성수의 분위기는 낡은 공장과 창고를 예술가와 작은 가게들이 고쳐 쓰면서 만들어졌지만, 동네가 유명해지고 팝업 수요까지 몰리며 임대료가 오르자 이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에 자리를 내주고 밀려났습니다. 공실률이 40%를 넘은 가로수길도 비슷한 과정을 먼저 겪었습니다. 사람을 모으던 개성이 사라지면 결국 사람도 떠납니다. 팝업 스스로도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성수의 상징이던 연무장길의 팝업 수는 지난해 233개에서 올해 196개로 줄었고, 브랜드들은 용산이나 명동처럼 비용 부담이 덜한 곳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방문객 보호도 허술합니다. 서울시와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해 여름 성수동과 더현대 서울의 팝업 24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제대로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고 23곳은 초상권 안내가 없었습니다. ‘경험’을 판다고 하면서 정작 그 경험을 하러 온 사람의 기본 권리는 챙기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팝업에서의 경험이 SNS로 빠르게 퍼지는 만큼, 불만도 같은 속도로 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쓰레기 문제도 있습니다. 짧게는 사흘, 길어야 몇 주를 위해 만든 가벽과 집기, 대형 조형물은 운영이 끝나면 대부분 철거와 함께 버려집니다. 업계에서도 철거 자재를 모아 다시 파는 시도를 시작했지만 아직 일부 기업의 실험에 그칩니다. 짧게 여는 팝업이 늘어날수록 이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아시아경제 (2026.07.28, “하루 대관료 1000만원, 굳이 성수여야 하나?”…달라지는 팝업 지도)

· 한국경제 생글생글 (2026.04.13, 성수동·가로수길 젠트리피케이션 커버스토리)

· 머니투데이 (2026.07.08, 서울시·녹색소비자연대 팝업스토어 소비자 인식·현장 조사)

· 머니투데이 (2025.04.16, 팝업스토어 폐기 자재 재활용 시도)


4. 커뮤니케이터가 먼저 던져야 할 질문 세 가지


① 사람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올 이유가 있는가? 팝업은 그 주말의 모든 여가와 경쟁합니다. 잘되는 팝업은 굿즈를 늘어놓는 대신 방문객이 따라갈 이야기를 만들고, 피부 진단이나 체형 맞춤 피팅처럼 온라인에서는 얻을 수 없는 ‘나에게 맞는다’는 확신을 줍니다. 이유가 분명해야 일정표에 오를 수 있습니다.


② 끝난 뒤 무엇으로 이어지는가? 팝업이 관심을 키우는 장치라면, 키운 관심을 어디로 흘려보낼지도 정해 둬야 합니다. 방문객 수만으로는 비싼 공간값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회원 가입, 재방문, 다음 제품을 위한 반응 데이터처럼 팝업이 끝난 뒤에도 남는 연결고리를 기획 단계부터 설계해야 합니다.


③ 무엇이 논란이 될 수 있는가? 팝업은 화제를 만드는 속도만큼 논란도 빠르게 만듭니다. 오픈 전에 운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점검하고, 일이 생겼을 때 누가 어떻게 알리고 사과할지까지 정해 두는 것이 커뮤니케이터의 몫입니다.


· 위픽레터·스위트스팟 (2026.02, 팝업 성공 사례로 살펴보는 ‘2026 카테고리별 팝업 트렌드’)


실무자 한 줄 평


"줄이 길었다고 성공한 팝업은 아닙니다. 끝나고 나서 무엇이 남았는지를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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